45세 대기업 부장의 새로운 도전
조선대 의대 22학번 입학
“늦둥이 딸 경제적 지원해 주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고 스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과학고-서울대-대기업의 길을 걸어온 한 40대 남성이 또 한 번 인생의 진로를 바꾸는 남다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누리꾼들 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미미의누’에는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던 45세 곽영호 씨가 출연해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곽 씨는 2020학년부터 2020학년도까지 수능 시험을 총 세 번이나 치른 끝에 꿈에 그리던 의대에 합격하게 됐다고 밝혔다.
곽영호 씨는 자신의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굴곡진 인생사를 풀었다. 충남과학고를 나온 곽 씨는 1997학년도 수능에서 이과 기준 전국 94등이라는 높은 성적을 받았다. 높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원하는 진로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던 곽영호 씨, 하지만 물리학자를 꿈꾸던 그와 달리 곽 씨의 부모님은 “돈을 잘 버는 직업을 택해야 한다”라며 의대 진학을 희망했다.
그는 부모님과 타협 끝에 물리학과가 아닌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는데, 개강 첫날 학과장으로부터 “너희들은 과학자가 아닌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여기 왔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과 맞지 않는 길 임을 깨달았다.
이에 대학시절 내내 방황기를 겪었던 곽영호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사업에도 도전해 보고 아나운서 시험도 치르는 등 다양한 직업군에 기웃거렸다.
그러다 보니 곽 씨는 시간이 훌쩍 흘러 졸업할 시기가 되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백수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급하게 취업을 준비해서 대기업의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그는 이후 기획과 재무, 경영 등 다양한 업무를 맡으면서 17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그가 다닌 회사는 SK C&C로 밝혀졌다.
그런데 곽 씨는 41세가 되던 해에 늦둥이 딸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는 아이가 커서 독립할 때까지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딸이 성인이 되기 전 은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앞이 막막해진 것이다.
결국 그가 찾아낸 해결책은 두 가지였는데, 회사에서 은퇴하기 전에 큰돈을 모으거나 아니면 60세 이후에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직업을 다시 가지는 것이다. 곽 씨는 결국 후자를 택했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인 의대 입시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곽 씨의 도전은 그의 부모님마저도 절레절레하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는 결국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고 3년 만에 당당히 의대 합격의 결과를 거머쥐었다.
곽 씨의 영상이 올라온 뒤 누리꾼들 사이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그와 조선대 의대를 함께 다니고 있는 22학번 동기는 곽 씨에 대해 “1학기 때 팀 프로젝트를 같이 했는데 체계적으로 척척 진행하시고 무엇보다 발표의 천재이시다. 스무 살 동급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시고 전혀 꼰대 같지 않으시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곽 씨는 댓글을 통해 “인생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땐 꼭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시라. 그래야 저처럼 20년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달았다. 한편 한 입시학원이 발표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의·치·한’으로 불리는 의학계열에 26세가 넘어 입학한 성인 입학자 수는 2017년 130명이었으나 5년 만에 582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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