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박사급 인력 부족
10곳 중 9곳 박사 ‘전무’
해외로 발 돌리는 사례 많아
박사 학위는 “한정된 주제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 연구방법’을 통해 타인에게 설득력이 있는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전문가”임을 공적으로 인증 받은 자격이다. 그중 이공계 박사는 국내 첨단 분야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실상 국내 민간 기업에 남아있지 않다고 하는데.
최근 경제분석 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기업 내 연구소나 연구 전담 부서를 가진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7만 6,565곳 중 박사 이상의 연구원을 한 명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0.9%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의 연구소에는 박사 연구원이 ‘0명’이라는 소리다.
그나마 대기업 연구소는 되어야 사람이 있는데, 이마저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 889개 중 378개(42.5%)가 기업 연구소 내 박사 연구 인력을 단 한 명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 중 4곳은 이공계 박사 학위를 소지한 연구원이 없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7만 4,005개 중 6만 6,740개(90.2%)는 연구소 내 박사가 없다. 그나마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박사들은 근속연수가 매우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중소기업에 입사한 박사 연구원 총 2,550명 중 2021년 말까지 한 회사에서 근무 중인 연구원은 681명(26.7%)에 불과했다.
이공계열 박사의 초봉은 최소 5,000만 원부터 시작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음에도 국내 기업에 박사급 인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앞서 국내 박사 학위 인력 실태를 분석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 박사들은 민간기업에 취업하기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박사 조사에서 구직자와 이직희망자를 대상으로 선호 직장 유형을 조사한 결과 반 이상이 ‘대학’이라 답했다. 그다음 선호 직장은 공공연구소(19.2%)였으며 민간기업 선호자는 6.2%에 불과했다.
미국으로 이직한 어느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은 박사들이 일하기에 조직문화와 근속연수, 연봉, 사회적 지위 등이 학교나 공기업, 공공연구소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가면 초반에는 연봉이 높을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학사 출신보다 5년 이상 늦었다”며 “금세 나이가 차고 정년이 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결국엔 성과 위주라 당장 쓸 수 있는 기술 위주로 투자하다 보니 박사들이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이어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박사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학교보다 민간 기업의 처우가 좋고 고용 안정성도 높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의 박사급 인력의 연봉은 한국의 최소 두세 배가 넘는다고도 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에게 우수한 기술연구 인력 확보가 절실한 현안인데, 박사급 인재의 탈주가 무척 아쉬운 상황이다”라며 “이공계 박사들이 민간 기업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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